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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行3. 발걸음/제 주 도

돌담, 소낭 밭을 걸으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제주올레 15코스

제주올레길은 2007년 9월부터 제주도보여행자를 위한 코스로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중 15코스는 가장 최근에 발굴된 코스로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 연결되는 코스다.
제주가 고향인 나도 올레코스를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걷는 길로 15코스를 선택한 것은, 제주집에서 접근이 가깝다는 이유와 코스 중간에 납읍마을이 내 고향이라는 이유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약20분간격으로 있다) 서일주선을 하귀리에서 타고 한림에서 내려 한림-비양도 도선 대합실로 가서 올레답사를 시작했다.


▲ 한림항 근처 바닷가..나무로 세워놓은 새 조형물과 갈매기가 어울려 이채롭다


▲ 한림항 근처 바닷가..나무로 세워놓은 새 조형물


▲ 한림항 근처 바닷가..갈매기들이 모여앉아 쉬고 있다


▲ 제주 올레길의 상징..파란색, 오렌지색 리본과 파란 화살표. 화살표는 길바닥에 돌위에 자리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이 두가지만 잘 쫒아 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전날까지 비가 와서, 날씨는 맑았지만 수증기가 많은 탓인지 시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너른 제주 앞바다를 감상하며 조금 걸으니, 수원리 입구부터 길은 중산간 쪽으로 방향을 튼다.
여기서부터 진정 '제주올레'를 볼 수 있다.
올레란 '차가 다니지 않는 길, 도로에서 집앞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통상 마을안에 길들을 올레라고 했던 것 같다.
수원리~납읍리 까지 길들은 이런 마을과 마을 근처의 밭들 사이 길을 반복하며 제주 특유의 '올레'의 풍경을 제대로 보여준다.
어머님을 도와 밭일을 하다 돌담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바다도 오름(제주의 기생화산)도 한 눈에 들어오며 얼굴을 타내리던 땀을 시원히 날리는 제주 바람에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 수원리 입구..제주의 마을입구에는 항상 팽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 저런 마을길을 통상 올레라 했다. 


▲ 수원리 돌담 건너로 보이는 비양도 


▲ 밭입구로 이어지는 돌담 


▲ 동지꽃이 밭 한구석에 만발이다. 봄이다. 


▲ 밭을 둘러싼 돌담, 농로가 인상적이다 


▲ 밭을 둘러싼 돌담, 농로가 인상적이다 


▲ 돌담 너머로 보이는 바다 


▲ 돌담 너머로 보이는 오름


▲ 귀덕 농로


▲ 이정표는 인위적으로 세워지기 보다는 원래 있던 다른 표지판에 그려지기도 하고


▲ 전봇대에 그려지기도 한다.

납읍리부터 올레길은 숲길로 여행자의 발길을 안내한다.
납읍숲길과 마을을 지나 도착하게 되는 곳은 금산공원, 금산공원은 제주 난대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이 공원을 친절하게 한바퀴돌아나올 것을 안내한다.
금산공원을 돌아나온 이정표는 납읍마을 빠져나와 과오름 둘레길과 도세기솔밭길(도세기는 제주방언으로 돼지를 말하는데, 솔밭과 돼기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나 궁금하다? 이런 재밌는 명칭에 대한 안내가 있음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가졌봤다)을 지나 고내봉으로 안내한다. 고내봉 정상(정상에는 나무가 많아 시야가 가린다. 정상직전에 있는 산불감시소에서 제주 서부의 오름들을 감상하고 정상으로 향할 것을 권해드린다.)을 찍고 내려오니 올레길은 고내봉을 살짝돌아 걸어 고내포구로 향한다.
생각해보건데 제주 마을의 주변에는 항상 솔밭(제주방언으로 소낭밭)과 나즈막한 오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보일러라는 것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이곳에서 솔잎과 가지들을 모아 아궁이를 땠었다.


▲ 납읍숲길..여기서부터 올레코스는 숲길과 솔밭으로 이어진다


▲ 납읍..돌담너머로 아직 안딴 감귤의 노란 빛이 여전하다


▲ 납읍 금산공원 입구..이정표는 친절히 돌아나오라고 표시돼있다.


▲ 나무데크 길을 따라 금산공원을 돌아볼 수 있다. 


▲ 밭을 둘러싼 돌담, 농로가 인상적이다 


▲ 올레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납읍초등학교. 

15코스는 글쎄, 타지 사람들이 제주하면 떠오르는 시원한 바다풍경이나 오름에 올라 보이는 너른 초원과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코스일지는 모르겠지만, 제주사람들의 생활을 오롯이 담고 있는 코스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직 다른 코스들을 걷지 않아 비교는 못해 드리겠지만 말이다.


▲ 과오름 입구에서 만난 나무..원래 껍질이 없는 걸까? 벗겨 놓은 걸까? 


▲ 과오름 둘레길


▲ 과오름 근처 과수원 돌담길


▲ 돌담길 위에 그려진 이정표 


▲ 도세기 솔밭길 입구 


▲ 고내봉 정산근처에서 바라본 서부 중산간 


▲ 고내봉 하산길에 만난 작은 억새밭


▲ 고내봉을 내려오니 이정표는 다시 고내봉을 살짝 돌아가라 한다


▲ 고내봉 둘레길


▲ 고내봉을 돌아나온 올레길은 다시 바다로 향한다

15코스는 다시 고내포구로 가 바다에 닿아 끝난다.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교내 교차로에서 바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지만.
5시간 조금 넘는 걸음은 나 개인적으로는 옛 추억에 흠뻑 젖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