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어리석은이가 머물면 지혜가 생긴다.
추억을 두고, 일상으로 돌아오다

(장터못대피소-천왕봉-장터못대피소-중산리-운지)

 
천왕봉 일출은 5시 30분이란다. 천황봉 대피소의 새벽이 바쁘다.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위한 등산객들이 새벽부터 짐을 꾸려 대피소를 나선다.
우리도 일찍 일어나와 산행을 준비했다.
첫날 랜턴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전날 대피소에서 랜턴을 하나 구입하려 했는데, 대피소 물품이 떨어져서 구입하지 못해 여명이라도 있으면 어찌 올라갈려고 해봤는데 밖은 너무 정말 칡흙같은 어둠이었다.
조금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마지막 남은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리고 조금 여명이 생기자 우리 일행은 산행을 시작했다. 
 


△ 천왕봉 가는 길에 만난 일출ⓒblog.daum.net/godekdqnfvo
 
천왕봉까지는 1시간. 중간쯤 오르자 멀리 일출이 시작되고 있는것이 보였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볼수 있는 기회를 준비부족으로 날려버렸으니 정말 아까웠다.
 
아쉬움을 가득담고 천왕봉 마지막 계단을 오를때 정상에서 등산객들이 일출에 대한 흥분을 얼굴에 가득담은채 내려오고 있었다.
천왕봉이란 세글자 앞을 섯을때 얼굴을 완전히 드러낸 해가 운해에 붉은 물감을 풀어내고 있었다. 일출이 얼마나 장관을 이루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일출뒤에 오른 천왕봉정상에는 아직 일출의 여적이 남아있었다ⓒblog.daum.net/godekdqnfvo

△ 천왕봉 표지석ⓒblog.daum.net/godekdqnfvo


△ 천왕봉에서 바라본 운해ⓒblog.daum.net/godekdqnfvo


△ 천왕봉에서 바라본 운해ⓒblog.daum.net/godekdqnfvo


△ 2박3일간의 산행을 배경으로ⓒblog.daum.net/godekdqnfvo

△ 천왕봉 인근의 고사목들ⓒblog.daum.net/godekdqnfvo

△ 정상에서ⓒblog.daum.net/godekdqnfvo

△ 장터목인근의 평원ⓒblog.daum.net/godekdqnfvo
 

정상에 올라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이 느낌을 위해 산을 오르는가 싶었다.
2박3일간 걸어온 능선들을 바라보니, 우리 삶과도 많이 닮다는 느낌을 들었다.
헉헉대며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어느 봉오리에 올라와 있고, 또한 봉오리에 오른 것도 잠시 내리막을 내렸다가 다시 오르막을 타서 어느 봉오리에 다시 오르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가장 높은 봉오리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이 정상에서 곧 다시 내려가야 하고 또다른 봉오리를 찾게 될테니...
 
천왕봉의 감격을 잠시 느끼고, 우리 일행은 다시 장터못 산장으로 내려와 대피소에 남겨놓았던 배낭을 메고 중산리코스로 하산을 했다.
장터못 산장에서 중산리까지는 2시간 30분정도 소요됐다.
중산리코스역시 예전보다는 등산로가 많이 다듬어져 있었다.

△ 중산리 코스의 다리ⓒblog.daum.net/godekdqnfvo

△ 중산리 계곡ⓒblog.daum.net/godekdqnfvo

△ 중산리 계곡ⓒblog.daum.net/godekdqnfvo

△ 중산리 코스의 어느 나무의 사람만한 상처앞에서ⓒblog.daum.net/godekdqnfvo

내려오는 길에 잠시 등산화를 벗고 중산리 계곡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쉬기도 하며 지난 산행의 추억을 하나 하나 정리해 보았다.
산행에서 만난 이름모를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인사와 부족하지만 나누었던 먹거리들이 생각나고, 조금은 여유로웠던 마음이 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다시 중산리에 도착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많이 아쉬웠다.

△ 중산리 계곡에 발을 담그다ⓒblog.daum.net/godekdqnfvo

△ 중산리 계곡에 발을 담그고 나니, 어느새 더위는 싹 날라갔다ⓒblog.daum.net/godekdqnfvo
 
중산리에 도착하고, 여느 산행과 마찬가지로 초입에 있는 막걸리집에 들러 잔을 나누니 3일간에 피로가 쭈욱 풀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안에서 다들 피곤해서인지, 자고 나니 서울이었다.
그리고 피곤한 몸에 불구하고, 다시 내 머리속에는 지리산의 녹음을 추억하고 있었다.
 

△ 중산리 초입 등산안내표지판ⓒblog.daum.net/godekdqnfvo
 

△ 일상으로 돌아오다ⓒblog.daum.net/godekdqnf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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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b9shop.com BlogIcon lockstock 2009.01.13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은 잘 있는지 궁금하군요. 가본 지가 넘 오래되어서. 그 때가 그립습니다. 종주할 때가 말이지요.
    나의 영원한 설레임 지. 리. 산..

    • Favicon of https://prelabor.tistory.com BlogIcon MR.두더지 2009.01.13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생긴 이후에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이제 군인들도 세석평전에서 훈련도 안하고 텐트도 안치고 해서 자연은 예전보다 더 살아난 거 같드라구요. 저는 요즘 지리산 둘레길을 함 가볼라구 생각하고 있답니다

지리산(智異山), 어리석은이가 머물면 지혜가 생긴다.
여유을 즐기다

(벽소령-새석평전-촛대봉-장터못대피소)
 

6시 기상과 함께 짐을 챙기고 취사장에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 이틀째 산행을 시작했다.
나의 무모함일지도 모르는 벽소령 대피소 예약으로 인행 이틀째 산행은 조금 여유가 있게 됐다. 전날 산행의 반정도만 가면 이틀째 숙소인 장터못 산장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 벽소령 대피소 출발할때만 해도 안개가 가득했다.ⓒblog.daum.net/godekdqnfvo
 


△ 벽소령 대피소 출발할때만 해도 안개가 가득했다.ⓒblog.daum.net/godekdqnfvo
 
그래서일까 아침 7시경 벽소령산장을 출발하면서, 어제보다는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물론 어제의 산행과그 동안 운동부족에 시달린 다리는 좀 땡겨오긴 했지만.
벽소령산장을 출발할 때,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다. 하지만 곧 어제의 날씨가 의심스럽게도 활짝 개여 여정의 여유로움과 함께 지리산 능선 곳곳의 모습을 볼 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리산 종주코스는 능선근처의 등산로를 따라 걷다, 봉오리에 오르면 눈앞에 지리산의 장엄한 풍경이 펼치지기를 반복한다.
 

△ 출발 후 조금후 안개가 걷혀 지리산 절경들을 볼 수 있었다.ⓒblog.daum.net/godekdqnfvo
 

△ 개인 날씨가 기분좋아 사진도 함께 찍고.ⓒblog.daum.net/godekdqnfvo
 

△ 험한 등산로에는 나무계단이 되어 있다.
    하지만 계단은 더 힘들다.ⓒblog.daum.net/godekdqnfvo
 

△ 여유가 있다보니 봉우리에서 기념사진도 찍고.ⓒblog.daum.net/godekdqnfvo
 
이튿날 코스 중간에는 선비샘이란 샘이 있다. 그리고 세석대피소도 있어 물을 많이 준비하지 않더라도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오전산행을 마칠때쯤, 우리앞에 세석평전이 펼쳐졌을 때 절로 감탄사가 쏟아졌다.
지리산에 이렇게 넓은 들판을 품고 있었구나, 그것도 갖가지 식생물로 가득차 절경을 이루고 있는 들판을..10년전 이곳은 여기저기 텐트자리에 흔적이 가득한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이렇게 바뀌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점심때쯤 되니 배가 너무 고파,
    세석대피소 표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찰칵.ⓒblog.daum.net/godekdqnfvo

△ 눈앞에 펼쳐진 세석평원을 배경으로.ⓒblog.daum.net/godekdqnfvo

△ 세석대피소에서 바라본 촛대봉으로 가는 등산로.ⓒblog.daum.net/godekdqnfvo

△ 촛대봉 방향에서 바라본 세석대피소.ⓒblog.daum.net/godekdqnfvo
 
세석에서 2일째 숙소인 장터못 산장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세석에 여유있게 쉬고 가기로 한 일행은 점심도 지어 먹고,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세석평전의 절경을 배경으로 영상통화도 하면서 2시간여를 쉬고 출발했다.
 
완만한 경사를 걸어 촛대봉을 올라가니, 그동안 일행이 걸어왔던 산능선들과 걸어갈 능선들이 한눈에 펼쳐졌다. 아마 우리 일행이 산행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지리산의 능선을 한눈에 보는 시간이었다.
 
촛대봉을 지나, 또다시 오르락내리락 산행을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장터못 산장전 마지막 봉우리인 연하봉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 곳에는 등산객들이 쌓아놓은 돌탑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우리 일행 중 막내도 돌탑을 쌓으면 마지막 휴식을 취했다.
 

△ 연하봉에서 돌탑을 쌓는 후배.ⓒblog.daum.net/godekdqnfvo

△ 연하봉근처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에 펼쳐진 농촌풍경ⓒblog.daum.net/godekdqnfvo
 
마지막 휴식을 취한 우리는 30여분을 걸어, 장터못 산장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어느새 우리의 몸은 무거워졌고, 무거워진 몸만큼 짐은 가벼워져 있었다.
내일 일찍 천황봉을 오르기위해 일행은 이른시간 대피소 침상에 누웠다.
 

△ 저녁을 일찍먹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blog.daum.net/godekdqnf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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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어리석은이가 머물면 지혜가 생긴다.
[준비]지난 산행을 추억하며, 내일을 기대하다

 

 
지리산
10년전, 1997년 동기 2명ㆍ선배2명과 함께 지리산 등반을 했었다.
당시는 노고단~천왕봉 종주코스가 아닌 뱀사골~천왕봉 코스를 등반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미숙한 기억력 외에는 당시에 힘들고도 즐거웠던 추억을 기록하는 것들이 남아있지를 안았다.
물론 미숙한 기억력에도 지리산과 그 속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길로 남아있었다.
 
2달여 전인가, 유난히 친숙히 지내는 후배 둘과 소주잔을 기울이다 지리산 종주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턴터에 후배 한명의 8월 일정중 하나가 취소되어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로 휴가를 내기로 하였다.
23일부터 25일사이 지리산 등반관련 예약과 준비는 내가 맡기로 하고, 하산 후 일정은 후배 중 하나가 맡기로 했다.
 

△ 국립공원관리동단에서 확인한 지리산 종주지도 
 

등산코스는 서울-구례-성삼재-노고단-천왕봉-중산리-산청(운지)-서울로 하기로 했다.
이 코스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소개하는 노고단-반야봉-천왕봉 3개의 주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이다.
예전 텐트를 치는 것이 가능했던 때는, 언제라도 시간만 된다면 오를 수 있었던것이 텐트가 금지되고 대피소에서의 숙박만 허용되다보니 사전에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준비를 위해 인터넷에서 지리산를 검색해 보았더니, 유명한 산이니만큼 각종 블로그ㆍ까페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을 통해 경비도 뽑고, 준비해갈 것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산을 오르다보니 과다하게 챙겨온 것도 있고 혹시 하며 안 챙긴거도 있고 그랬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대피소를 예약했다.
대피소 예약은 대피소 이용일 15일전 아침 10시부터 할 수 있었다.
지리산 이용객이 워낙 많다보니, 시작 5분만에 거의 모든 대피소의 예약이 종료되었다. 타인의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정을 알게 되서, 다행히 9시 50분부터 컴퓨터앞에 앉아 대기 하다, 10시정각이 되자 바로 예약에 들어가서야 각각 120명, 135명 정원인 벽소령 대피소와 장터못 대피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냥 지도를 보면서 예약한지라, 지리산을 종주코스를 너무 쉽게 보았을까, 분명 10년전도 꽤 고생했던것도 같은데 갈 수 있겠지하면서, 첫날 대피소를 벽소령으로 잡은 건 나중에도 쓰겠지만 등산과정에서 고생을 사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등산에 아주 자신이 없거나 새벽 일찍 등산을 시작하는게 아니라면, 연하천 대피소에서의 1박을 권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jiri.knps.or.kr/
국립공원 시설 예약 페이지 http://visit.knps.or.kr/divide.aspx?menu=002&submenu=002
 
예약을 마치고, 등산 이틀 전날 챙겨갈 짐들을 후배들에게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가게 되는구나하는 흥분이 몰려왔다.
과연 막연한 10년전의 기억속에 지리산은 지금 어떤 모습일런지? 
 

  그래서 혹 이 글을 보고, 지리산을 종주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물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1. 배낭 : 40L이상이면 무난할 듯 하다.
2. 버너, 코펠, 수저셋트
3. 의류 : 등산의류 상하의(땀배출이 좋은 기능성 의류가 좋다), 속옷(팬티 등) 3벌,
             대피소에서 간단히 입고 있을 옷 1셋, 모자
4. 수건(스포츠 타울이 좋다. 여러장가지고 가는 것보다 빨아서 말려 쓰는게 편하다)
5. 랜턴(헤드랜턴) : 일출을 기대한다면 꼭 챙겨가라.
                           그리고 본의아니게 야간산행을 해야하는 경우도생길 수 있다.
6. 등산스틱 : 무릎이 걱정된다면 준비하는게 좋다
7. 음식 : 간단한 즉석음식 중심으로 끼니에 맞춰 준비, 등산과정 중 영향을 채워줄 초코바, 오이 등
8. 수통 : 종주코스에는 샘이 없다. 대피소외에는 따라서 1L 이상의 수통을 챙기는 것이 좋다
9. 카메라 : 기록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준비한다면 휴대에 편의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 카메라가방채 들고 다니면 좀 힘들다.

 
등산전일, 구례로 출발하는 날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거 입구에서 막히는 거 아냐라는 우려가 들었지만 다음날 부터 날씨가 좋다는 기상일보를 믿고 구례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마 생각해보건데 등산전날 내린비는 험남한 등산을 예고한 건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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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어리석은이가 머물면 지혜가 생긴다.

출발! 안이함이란 어리석음을 배우다
(구례시외버스터미널-성삼재-노고단-벽소령)
 

22일 7시 40분 구례행 버스에 몸을 실은 우리는 자정이 다되어 구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10년전에는 시외버스터미널과 관내버스터미널이 따로 있어서, 도착 후 관내버스터미널로 이동 후에 관내버스터미널 벤치에서 노숙을 했었다. 이번에도 그럴 요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공영버스터미널로 합쳐지고, 도착한 버스터미널은 문을 굳게 닫아, 우리의 노숙계획에 커다란 장애가 발생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등산객들은 가까운 찜질방에서 잔다고 이동했다.
우리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하다 노숙을 하기로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랬더니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섬진아트홀이라는 건물과 그 주차장에 정자가 보이는 거 아닌가. 거기서 노숙을 하기로 한 우리는 자리를 잡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그리고 우리의 성공적 등반을 위한 건배를 나눴다.
하지만 그 건배가 과했을까, 우리는 다음날 6시 버스를 타자는 계획을 못지키고 7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8시 버스를 타게 됐다.

▲ 구례공영버스터미널이다ⓒblog.daum.net/godekdqnfvo


 
그덕에 우리는 계획하지 않았던 야간산행을 하게 됐다.
참고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삼재가는 버스는 4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있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화엄사를 거쳐 성삼재로 향했다. 성삼재는 40여분정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돌아 도착할 수 있었다.
 
성삼재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좋을 거란 이야기와는 달리 짙은 안개와 함께 약간의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우비를 챙겨 입었지만, 출발후 곧 다들 벗어제꼈다. 그동안 어지간히 운동을 안한 저질 체력때문이었을까, 잔뜩 들러멘 짐때문이었을까 출발하고 곧 땀이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자했고 빗물에 젖기보다 땀이 우리를 젖시기 시작했다.


▲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길ⓒblog.daum.net/godekdqnfvo

 

그렇게 시작한 우리는 11시경에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히 아침겸 점심을 해먹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리산 종주 등반을 시작했다.
노고단에서 삼각봉(전북, 전남, 경북이 접하는 봉오리)까지는 정상적인 등반을 진행했다. 하지만 삼각봉을 지나면서 체력의 급격한 저하를 보이며 오르막만 보이면 할딱 거리고,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나중에 생각하 보니, 첫날 편히 쉬지 않은 것이 문제였던 거였다.
아마도 우리가 지리산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이 그랬나 산은 준비된 만큼 보여준다.
안이한 우리에게 산이 안이함을 질타한게 아닐까 했다.
 


▲ 노고단 대피소.ⓒblog.daum.net/godekdqnfvo
 

▲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정상으로 가는 돌계단.ⓒblog.daum.net/godekdqnfvo
 

▲ 노고단 정상.ⓒblog.daum.net/godekdqnfvo
 

▲ 노루묵(반야봉입구) 바위위에서.ⓒblog.daum.net/godekdqnfvo
 

▲ 전남,전북,경남이 만나는 삼각봉
    우리의 생생한 모습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이었다.ⓒblog.daum.net/godekdqnfvo
 
참고로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가는 중간에는 샘이 없다. 예전에 있었는데 이제는 자연보호 차원에서 샘으로 가던 길이 차단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구간에서는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적절하게 조절하며 마실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물이 무겁다고 첫 휴식에서 한병을 비워버린 우린 삼각봉에서부터 물이 떨어져 한동안 고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우리 산행에서 삼각봉에서 벽소령까지가 우리의 안이함으로 인해 가장 힘든 산행이 되지 않았나 한다.
 

▲ 삼각봉에서 잠깐 만난 지리산의 골짜기.ⓒblog.daum.net/godekdqnfvo
 
노고단에서 출발해, 안개속에서 산행을 하던 우리는 삼각봉에서 잠깐 지리산이 잠깐 보여주는 자태를 볼 수 있었고, 이 후 산행에서 펼치질 지리산의 자태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삼각봉을 지나며 다시 자욱하게 끼기 시작한 안개로 인해 다음날로 넘겨졌다.
 
삼각봉을 지나 연하천으로 가는 길에서 지난 밤의 안이함과 물을 소중하게 다루지 못한 부주의가 급격한 체력저하를 불러오면서, 우리는 오르막 산행이 나올때만도 한걸음 한걸음을 천근같이 내딛어야 했다. 결국 그렇게 가다 어느 공터(헬기장이 마련된)에서 뻗어 한동안 쉬고 나서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연하천으로 향할 수 있었다.
 
 
▲ 연하천가는 길에 만나는 끝없는 계단길
   종주길을 거꾸로 가게 되면 이계단을 올라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blog.daum.net/godekdqnfvo
 
저녁 5시쯔음 되서야 연하천에 도착한 우리는 연하천의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겨우 정상적인 산행이 가능할 정도의 체력을 회복했다. 지도를 보니 벽소령까지는 약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고 나와있었다. 랜턴을 준비하지 못했던 우리는 해가 지기전에는 다행히도 벽소령에 도착할 것 같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연하천에서의 20여분정도의 휴식을 마치고 심기일전 산행을 시작했다.
 

▲ 연하천 산장 전경. 물이 정말 시원하다
    이날 이 곳 이후 사진은 산행이 힘들어 없다.ⓒblog.daum.net/godekdqnfvo
 
연하천에서의 첫 기점인 형제봉은 지도에 나온 것과 같이 1시간여동안의 오르락내리락을 하고서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형제봉앞에 쓰여진 벽소령 20분이라는 표지판에 7시 30분 이전에 도착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형제봉에서 벽소령까지는 정말 험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산의 어둠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가 싶더니 어느순간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칡흙으로 둔갑했다.
 
그 순간 우리를 그나마 구원한 것은 뒤따라 오던 경상도 어디선가 왔다는 어르신들이었다.
어른신들 중간중간에 서서 그 분들이 비춰지는 랜턴 불빛에 의존해 더듬더듬 가는 산행길은 정말 기가 막혔다.
등반로를 가다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막아서 당황하여 이리저리 살펴보면 이 바위를 기어오르라는 로프하나가 놓였있는 식이었다.
설상가상 함께 산을 오르던 한 후배놈의 등산화 밑창이 분리되는 일까지 벌어져, 대충 끈으로 고정시키고 커다란 돌들로 이뤄진 등산로를 더듬어 갔다.

그러게 1시간여를 산행하고 나서 8시가 되서야 우리는 벽소령 대피소의 불빛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첫 날의 산행은 안이와 부주의가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려주는 산행이었다.
대피소에 도착한 우린 우선 산장예약을 확인하고, 밑창이 날라간 후배의 등산화를 대체할 싸구려 운동화를 하나 구입하고 바로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후배놈이 가방에 핏물을 들이며 챙겨온 돼지고기와 소주한잔을 겸한, 아 정말이지 그렇게 행복한 밥상이 아닐 수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핸드폰 문자를 통해 날라오는 야구국가대표의 올림픽 금메달 소식과 함께 다음날 산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벽소령 대피소에는 그날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의 피곤한 숨소리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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