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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行3. 발걸음/전라남도

군입대를 하는 후배와의 남도 여행⑥ - 순천만

낙안읍성에서 출발해 3시30분 좀 지나 순천만에 도착했다.
순천만은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히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욱의 무진기행)


소설 속에 안개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쾌청한 날씨에 안개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순천만에 도착하자 해설사 선생님이 용산전망대 가실 분 있냐고 물었다.
우리 둘이 손을 들었다.
용산전망대까지 왕복2시간은 소요되니, 돌아갈때는 시티투어버스는 어렵고, 시내버스를 이용하라고 알려준다.
시티투어버스에는 당일 여행으로 오신 분들이 주이다 보니 열차 혹은 여수공항의 비행기 연결시간관계로 5시20분까지는 순천역에 도착해야 해서 4시50분에 버스는 출발해야했다.
우리는 일단 짐을 챙겨 내렸다.

무진교에 오르자 2번 놀랐다.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첫번째 놀랐다.
순천만은 북으로는 5.4㎢의 빽빽한 갈대밭, 남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22.6㎢의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5대 연안습지이다. 2006년 1월에 우리나라 최조의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었고 세계자연유산에 등록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41호이기도 하다.

두번째 놀란 것은 갈대밭사이 나무데크로 끊임없이 이어진 사람들이었다.
훌륭한 경관이 있으니,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싶었다.


▲ 순천만 S자 하천을 운행하는 관람선


▲ 드넓은 갈대밭과 긴 사람들의 행렬. 그 너머로 보이는 나즈막한 산이 용산이다.


▲ 높은 가을 하늘과 갈대밭


▲ 순천만의 주인 중 하나인 게..여행객들은 갈대를 내밀어 한번 집어주길 기대한다.

우리는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욕심처럼 빨리 갈 수 는 없었다.
가는 길에 사람들은 나무데크 가장자리에 갈대를 하나씩 꺽어 갯벌을 향해 내놓고 있었다.
뭔가 했더니, 갯벌에 사는 게낚시(?)을 하고 있었다.
갈대도 게도 보기만 했음 좋겠다 하면서도 흔히 겪지 못하는 일이기에 이해도 됐다.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갈대밭의 전경은 사람의 감성을 마구 자극했다.
순천만이 아름다운 그 자리에 자릴잡았다는 전설이 있는 용산은 나지막하지만 처음 오르막길은 꽤 힘이 들었다. 특히 구두를 신고 있던 나에게는 더 고역이었다.
그래도 순천만의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기에 힘을 냈다.

40여분 산길을 걸어서 용산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많이 낮아진 태양 아래로 펼쳐진 순천만의 전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광각렌즈가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우리는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급하게 담고, 시계를 봤다. 4시 20분.
서두르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 순천시내로 돌아갈 수 있을거 같았다.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덕분에 4시 50분, 땀을 한바가지는 흘리며 시티투어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해설사 선생님은 1시간20여분만에 용산전망대를 다녀온 우릴 보면 놀랐다.


▲ 돌아오는 길에 아쉬워 몇 컷 더 담았다.  그 와중에 하얀새 한마리가 앵글에 들어왔다.


▲ 물길이 자연의 시간속에 변하면 갈대숲도 바뀌고 순천만의 모습도 변해가겠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은 바뀌지 않을 듯 하다.

순천시로 돌아오는 길에 새만금이 떠올랐다.
물을 막아 갯벌을 없앤 곳. 우리가 얻은 것 뭘까.
우리 아이들은 습지, 갯벌 이런 단어들을 사전이 아닌 오늘의 나처럼 걸어볼 수 있을까.
부디 순천만이 오랜시간 지금의 모습으로, 자연의 시간속에 존재하길 바란다.

5시 20분 다시 순천역으로 돌아왔다.
순천종합버스터미널 근처로 와 식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올 버스표를 구입하고, 후배의 휴식을 위한 여관을 잡았다.

8시20분, 후배와 이틀간의 여행을 마치고 서울행 버스로 올랐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중에 강원도쯤 도착했을 때 회라도 사주러 다시 가야지 했다.
후배는 다음날 여수-남해를 거쳐 진주-산청으로 갔다. 먼 거리를 가느라 늦게까지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산청에서 예상했던 군연기가 이뤄지지 않아 자전거 여행을 중간에 마치고 집으로 올라와야 했다.
그리고 포스팅 하는 순간 인천의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서울에 올라오며 가졌던 생각은 무한정 연기됐다.
아마 후배가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고 난후 난 인천으로 가 후배에게 회를 사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후배가 제대하는 2011년 6월이후 다시 여행을 함께 여행을 하게될 날을 기대해보며 이번 여행기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