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思索3. 세상엿보기

소처럼 착하고, 부지런한 국민이 승리하는 2009년이 되길...



새해를 보신각 재야의 종 타종현장에서 보낸지가 참으로 오래됐다.
2002년도 효순ㆍ미선 두 여중생을 미군장갑차가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그해 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을때, 처음인거 같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보신각 앞에는 연인이 아닌 그때와 마찬가지로 촛불들과 함께했다.
4월, 광우병위험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로 시작된 촛불은, 그 내용이 참으로 다양해졌다.
촛불의 힘일까, 재협상은 못한다던 정부가 미국으로 날라가 추가협상이라는 것을 진행하고(뭐, 그래봐야 눈가리고 아웅식에 협상과 결과였지만) 정부는 국민이 반대한다며 대운하도 안하겠다고 하고, 공기업 민영화도 선진화란 이름으로 슬쩍 바꾸어놓았다.

정치인들의 기억력이란건 정말 안 좋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혼을 나고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다수가 반대하는 각종의 정책들을 위한 소위 MB법안들을 다수 의석을 무기로 통과시키려하고 있다. 야당들이 본회의장ㆍ상임위장을 점거하고 막는다지만 국회 경위들과 한나라당의 170명이 넘는 의원들이 달려든다면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

결국 국민들이 또 피곤해진다.
또다시 촛불을 들고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지경이다.

8시부터 종로일대에서 촛불이 모인다는 소식에 보신각으로 나갔다. 이미 경찰들이 보신각 일대 곳곳에 배치 되어있었다.
하지만 소식과 달리 촛불은 그 시간에 모이지 않았고,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현장교육을 떠나는 아이'들의 선택을 허용했다는이유로 파면된 선생님들이 파면철회 서명과 함께 노란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 파면철회 서명과 함께, 노란풍선을 나눠주는 전교조 선생님들



그리고 차량이 통제되고 행사가 시작되는 11시쯤까지 약 3시간여를 노란풍선을 둘러싼 경찰과 시민들의 다툼을 보며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경찰은 풍선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물건"이라고 빼앗고, 경찰에게 부당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 경찰에 다리를 좀 잡았다고 폭력죄를 씌어서 해고된 선생님중 한분을 연행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옥신각신 하는 가운데, 차량통제와 함께 2008년 마지막 날의 보신각 앞을 각종 피켓과 깃발ㆍ촛불이 수를 놓고, "MB out! 독재타도!"란 구호가 뒤덮었다.


▲ 촛불의 목소리들



아무래도 방송법 개악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보니 많은 내용이 그에 맞춰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올해 한해 문제가 되었던 모든 사안들에 대한 구호가 가득차 있었다.
행사 주관방송사였던 KBS는 행사장 주변 시민들 모습을 2차례정도 아주 기술적인 각도로 현장의 분위기를 왜곡하고(물론 그럼에도 피켓 한 두개가 스치고 지나갔다), 시민들의 구호소리는 박수와 함성 효과음을 이용해 지워버렸다.


▲ 이런 모습은 KBS 중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KBS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공간에는 이에 대한 항의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국민들은 2009년 첫날에 방송이 보여주는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래서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며 시작하게 됐다.

2009년 소의 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못된 정치가 아닌, 착하고 부지런한 국민이 승리하는 그런 해가 되길....


▲ 행사전 지하철 역사안에서 시민들에게 선전을 진행하는 언론노조


▲ 대학생들이 행사에 결합하기전 A4용지에 구호를 적고 있다


▲ 새집행부가 파업참여를 선언한 KBS의 젊은 기자들


▲ 새해 소망을 담은 풍등이 보신각 위로 날아 오르고 있다


▲ 풍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