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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이야기

11월 13일, 한 젊은 노동자의 외침을 기억하는 날

11월 13일, 한 젊은 노동자의 외침을 기억하는 날
 

전 세계 노동자의 날, MAYday는 이제 근로자의 날이란 이름으로 기념일이 되어있다.
그날이면 전 세계 노동자들이 기념행사를 갖는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5월과 함께, 매년 11월 13일즈음하여 전국노동자대회를 갖는다.
한 젊은 노동자의 이름과 정신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전태일'
나는 고3이 되던 해, 동아리 선배가 물려준 책한권에서 만났다.
'어느 젊은 노동자의 죽음', 그 책을 읽으며 암울했던 시대의 젊은 노동자의 인간의 존엄을 찾기 위해 싸웠던 지나간 역사로 받아들였었다.
대학들어가고, 사회에 눈뜨기 시작하며 그 역사는 끝난 역사가 아닌 진행중인 역사였다.
여전히 나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노동자들을 만나야 했다.
그리도 나의 후배들에게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를 함께 보고, 전태일 평전을 한권씩 안기고, 노동자들의 집회를 데리고 나갔었다.
 
1970년 11월 13일, 바로 청년 전태일이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방치하는 노동청에 항의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절규하며 몸에 불을 붙여 쓰러진 날이다.
 
2008년.
우리는 '전태일'이란 이름은 여전히 우리에게 추억될 이름이 아니라 계승하고 함께할 이름으로 다가온다.
올해도 민주노총은 11월 8일 서울역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를 진행하고, 9일에는 대학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최근 전국노동자대회에서의 최고 이슈는 '비정규직'이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850만을 넘고 있고, 또한 고용불안정 뿐만아니라 모든 처우에서도 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비정규직보호법'이란 거창한 이름의 법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하고 정규직노동자 전환을 기피하기 위한 대량해고
를 양산했다. 그리고 이번 국회에서는 현행 비정규사용기한인 2년을 4년으로 연장하려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KTX, 기륭, 코스콤, 이랜드, 뉴코아 등 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싸움은 1년도 모자로 2년, 3년을 넘기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국가공권력이란 약한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를 대하는 공권력은 개발독재시대의 공권력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8일 저녁 찾은 서울역에는 접근로 마다,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수배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연행을 위한 공권력으로 막혀있고, 서울역은 경찰버스로 삥 둘러싸여 있었다. 서울역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은 과연 그 공권력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마 서슬퍼런 군부시절의 을씨년스런 향기를 맡은 건 아닐까?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서울역 광장에는 5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은 문화공연과 연설들이 이어졌고, 마지막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은 풍등을 서울 밤하늘에 띄워올렸다.
밤하늘의 수놓으며 솟아오르는 풍등과 70년 평화시장에서 솟아오른 불꽃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근로기준법의 어려운 한자때문에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했던 청년 전태일의 바램이  '사회적연대와 관심'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바램으로 다가온다.
 

 

▲ 서울역 접근로마다 공권력으로 막혀있다.ⓒblog.daum.net/godekdqnfvo

 

▲ 노동자 열사.ⓒblog.daum.net/godekdqnfvo
 

▲ 서울역을 꽉 채운 5천여 노동자.ⓒblog.daum.net/godekdqnfvo
 

▲ 촛불의 춤.ⓒblog.daum.net/godekdqnfvo
 

▲ 불이 춤춘다. 세상을 삼킬 듯 .ⓒblog.daum.net/godekdqnfvo
 

▲ 노동의 바램을 담은 풍등이 솟아오른다.ⓒblog.daum.net/godekdqnfvo
 

▲ 풍등이 만든 서울 밤하늘의 노동자 별자리.ⓒblog.daum.net/godekdqnf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