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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아스팔트의 추억


도시에 사느라면 흙보다는 아스팔트를 더 많이 보고, 밟게 된다.
지방출장을 가게 되더라도, 울퉁불퉁 흙길을 달리기란 참 드문 일이다.
그 만큼 현대인에게 흙보다 더 익숙해진게 아스팔트 아닐까.
현대인에게 편리함, 편안함으로 익숙해진 것 중 하나가 아스팔트다.
최근, 이 아스팔트를 떠나 자연과 어울리며 비포장길을 걷는 트레킹이 각광받는 듯하다.
아마 아스팔트가 상징하는 속도에서 이제는 삶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변화과정이 반영되는 것은 아닐런지.

나에게 있어 아스팔트에 대한 추억이란?
아마도 대학에 들어와 집회를 참여하기 시작하며, 여름은 뜨겁게 달궈지고, 겨울에는 차갑게 언 아스팔트위에 엉덩이를 붙여 앉아있던 고역아니었을까.

출장차 들른 집앞 버스 정류장은 넓은 공간이 아스팔트로 메워져 있다.
그리고 그 위 동네 어느집에선가 깨를 넓게 널어놓고 말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린시절 아스팔트에 대한 또 하나의 추억이 떠올랐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던 동네 아스팔트 길은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곡물을 널어 말리는 장소로 쓰였다.

여름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보리가
여름에는 녹두를
가을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콩을 널어 놨었다.
학교를 끝내고 오게 무섭게 가마니, 빗자루, 바가지등을 가지고 나가 낮동안 널어놓은 곡류등을 퍼담고, 녹두며 콩은 작대기를 들고 털어내던 것이 어린시절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현대화의 물결을 타고 들어왔던 아스팔트는 우리 아버지,어머니에게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던 것 같다.

아마 그런 삶의 공간이었던 아스팔트가
지금의 나에게 속도, 편리, 집회란 이미지로 더 많이 기억된 건..그 만큼 나 자신도 여유가 없이 급히 달려만 왔기에 그런건 아니였을까.

해질녁, 아스팔트위에 곡물들을 가마니에 가득 담가, 경운기위에 올려놓고 그위에 걸터 앉아 집으로 돌아와던 그 때 그 풍경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