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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索1. 88만원세대

청년층 일자리,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청년층 일자리,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중 가장 어두운 단어 중 하나가 '88만원세대'이다.
'88만원세대'란, 우석훈박사가 2007년 8년 출판한 「88만원세대」란 책에서,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평균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88만원을 통해 20대를 규정한 단어이다.
한참, 꿈과 열기로 상징되어야할 20대가 이와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현실이 비참할 따름이다.
 
88만원세대로 상징되는 현재의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시각은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연대보다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중하나가 '눈높이' 이야기이다.
청년실업의 원인을 '높은 대학생 진학율, 그로 인해 대학생들의 일자리에 대한 보수, 근로조건 등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중소기업ㆍ비정규직같은 일자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2007년 300인미만의 중소기업의 부족인력이 23만명정도 된다고 하니, 일정 맞는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전도된 말이다.
'학력위주'의 사회는 누가 만들었는가?
우리사회의 대학진학률은 82.8%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학벌이 좋아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은 사회는 지금의 20대가 아닌 이전 세대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지금 세대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는 이야기다.
 

여기에 덧붙여, IMF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가속화 되고 있다.
정부의 임금구조 기본 통계조사를 보면, 10~29인 사업장의 연봉총액은 2,674만원인데 반해 500인이상 대기업은 4,496만원으로 1993년 각각 1,000만원과 1,351만원이었을때 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5인이상 기업체 평균연봉을 100으로 했을때 역시 100인미만 중소기업은 86.4, 500인이상 대기업은 145.4로 1993년 각각 87.1, 117.7이었다.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경우 2002년에서 2008년사이 변화를 보면, 정규직은 145만6천원에서 210만4천원으로, 비정규직은 97만7천원에서 127만2천으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임금격차만을 이야기했을 뿐이지, 각종 근로복지까지 포함한다면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안정망이 부족한 결혼ㆍ육아ㆍ주거와 같은 문제를 앞두고 있는 청년들의 기대임금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즉 원인과 결과를 혼돈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일자리의 수적,질적 악화가 청년들의 일자리 진입과 반복적 실업(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일자리를 옮김으로서 일어난 실업)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두전째는 '희망고문'이다.
인터넷 쇼핑으로 일년에 10억을 버는 소녀의 이야기 등, 뭘해서 얼마를 벌더라 이런 이야기들이다.
소수의 성공이다. 누구나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성공한 소수의 확대를 통해, 나머지 다수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잔인한 고문이다.
 
그리고 무관심이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부각되기 시작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껏 정부의 해법을 보면, 눈높이 등을 포함한 미스매치문제를 풀기 위한 고용인프라의 확충과 임시 일자리(인턴, 공공근로 등)제공이 주였다. 하지만 대기업ㆍ중소기업, 정규직ㆍ비정규직의 일자리 격차를 줄이고, 임시 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를 확충할 근본대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아직은 청년실업에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외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회운동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한 운동이다. 시민사회진영이 청년들의 일자리에 관심을 가질때 청년들 역시 시민사회운동에 눈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김영하의 '퀴즈쇼'란 소설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그래? 저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타는 우습고 평균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세대는 그중에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거지?"
도서관, 대학 강의실 어디를 가도 위 이야기가 그냥 소설 한 대목이 아닌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란 걸 알 수 있다.

청년들은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
이제 사회가 손을 내밀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