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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뺏는 법의 또다른 피해자 '집행자'

▲ 출처 : 다음영화정보

1997년 12월 23명을 한꺼번에 사형집행한 이후 12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사형수는 있으나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사형제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국민의 많은 분들이 사형제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극악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감정의 작용이지 않을까 한다. 나 또한 미디어를 통해 그런 범죄를 접할때마다,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흔들릴때가 많다.

이런 논란속에 영화 한편이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
사형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범죄자의 '생명권의 박탈', '인간 존엄성의 부정'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진 부분이 사실 많았던 것 같다.(내가 소견이 짧아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집행자'는 사형를 선고받은 수형인의 시각이 아닌 수형인을 교정하고, 사형선고인들의 집행을 맡는 교도관을 시종일관 쫒아가는 영화이다.

▲ 20년 수형생활동안 친구가 사형수를 집행해야하는 늙은 교도관(출처 : 다음영화정보)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12년되는 해.
재경(윤계상)은 신임 교도관으로 일을 시작한다. 수형인에의해 동료의 죽음을 경험한 종호(조재현)는 '짐승은 자기보다 힘센 존재에게 덤비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수형인'들을 '쓰레기'로 보는 베테랑 교도관이다.재경은 종호에게 교도관의 일을 배우고, 적응해 간다.
사회적 여론에 밀린 법무부는 반인륜적 범죄자인 장용두(조성하)를 포함한 사형수 3인에 대한 사형집행결정을 내린다.
사형을 집행해본 경험이 없는 교도관들은 집행을 서로 미루다, 결국 제비뽑기로 재경, 종호, 장교도(정경호), 양교도(이창주)와 집행경험이 있는 김교위(박인환)이 맡게 된다.
집행이 다가옴과 동시에 사형선고를 받고 20년간 수형생활을 한 성환과 이제는 친구가 된 김교위에 고민, 겉으로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려 하지만 집행메뉴얼을 집는 손이 떨리는 종호, 재경ㆍ장교도ㆍ양교도의 안절부절함을 카메라는 보여준다.
그리고 사형집행이 끝나고 술자리에서 사형집행에 대한 댓가를 받고 '백정'이었음을 한탄하는 교도관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종호와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직한 김교위를 통해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인권의 문제를 제시한다.
장용두의 죽기전 '나는 이제 못 죽이지만, 너희는 계속 죽이겠지', '이렇게 재밌는 걸 너희만 보는냐, 광화문에서 축제처럼 하지'류의 이야기를 통해 법률로서 생명권을 박탈하는 문제를 제시하기도 하며, 재경의 주저함으로 여자친구 은주와의 사이의 아기(태아)의 생명을 빼앗게 되는 과정을 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해 보여주는 듯도 하다.


▲ 사형집행의 댓가 70,000원..우리가 백정이었네. 교도관들은 한탄한다.(출처:다음영화정보)


영화의 시작과 끝, 해가 뜬다.
해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교도소일지라도 가리지 않듯이, 생명의 소중함도, 수형인들의 인권도, 교도관들의 인권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이런 관점에서 사형제도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UN보고서('88. '96)에서는 '사형제'가 '종신제(무기징역)'보다 효과적인 범죄예방수단인지에 대한 증명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  기한없이 갇힌 공간에서 감시와 통제속에 살아가야 하는 것이 더 큰 형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집행자'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와 교차상영되면서, 상영관을 빼앗겨 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와 기회 또한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