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 - 강곤 외 지음/삶이보이는창 |
[리뷰] 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 "여기 사람이 있다"
『점유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강제 퇴거, 괴롭힘 또는 기타 위협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유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사회권규약 일반논평/여기 사람이 있다 176p』
이 책은 위와 같은 사회권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당한 17명의 철거민들의 인터뷰를 모아 낸 구술집이다.
1월 20일. 경제대국이라 부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살아보고자 올랐던 망루에서 5명의 철거민이 죽어서 내려와야했던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이 지났다.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 용역과의 유착 등 많은 문제가 언론에서 보도됐지만, 검찰은 2월 9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에게 모든 사실에 대한 '무죄'의 면죄부를 주고 6명을 구속시키고 20명을 기소했다. 그리고 용역일부를 구색이라도 맞추듯이 불구속기소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고 진행된 100일 추모제.
그곳에서 이 책을 만났다.
추모제 현장 뒷편 간이 분향소옆에서 모금이 일환으로 판매된던 이책을 집어들고, 이전까지 일던 책을 잠시 접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시위란것을 처음 나가게 되었던 95년 봄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행당동. 내가 첫 대학의 봄날을 겪던 95년.
그곳에도 골리앗이 서 있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판넬이 사면에 붙은 형태는 아닌 그저 골조로 이뤄진 형태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용역의 공격이 더 심해지면 이렇게 변해 왔구나 알 수 있었다.
학내에서는 한참 등록금관련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할 때, 어느 날 갑자기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행당동 철거민 박균백씨 분신. 그리고 그 옆에는 4살난 딸아이가 울음 가득한 눈망울로 바구니에 실려 내려오는 사진이 붙었다.
시위와는 거리를 두고 살겠다라던 맘은 그 사진에 끌려 어느새 교문앞 시위대 뒤로 나를 이끌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오늘.
또 다시 나는 철거민의 죽음을 보아야 하고, 이 책속에 철거민들을 만나며 없이 살아야 하는 이들은 철거민의 잠재된 운명을 지니고 살아야 함을 느껴야 했다.
분노를 권하는 사회, 투사를 만드는 사회
평범한 누구나 시위ㆍ투쟁 이런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하기에 없이 살아도 희망을 위해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 희망을 걷어갈 때, 분노하게 되고 투쟁하게 된다.
17인의 인터뷰를 보노라면 이리도 성실하고 평범한 이들이 소위 용역들에게 '악종, 독종'이란 말을 듣는 투사로 밖에 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사회가 이들의 가장 낮은 희망을 걷어가기에.
▲ 1월 20일 참사당일 추모제에서 만났던 대학생들. 젊은이들이여 절대 냉소에 그치지 말자. 좌절하지도 말자
'난쏘공'의 저자 조세희 선생님은 '난쏘공'은 주의푯말이었으며,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라고 생각했다고 하신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그 푯말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냉소주의를 가지말라고 당부하신다.
그렇다 냉소하지 말자. 좌절하지 말자. 삶과 희망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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