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지음/이성과힘 |
이 책을 언제 읽었던가, 1993년인가 고등학교 시절 글과 관련된 동아리(당시에 우리는 클럽 이란 표현을 썼었다)에 활동하던 시절, 선배들이 책을 물려주는 관례가 있었고 아마 그중에 한권이 이책이었다. 그렇게 읽은 책은 '난ㆍ쏘ㆍ공'이란 대명사로 나의 머리에 존재했던 거 같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구해, 읽게 된 것은 책이 쓰여진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형태는 다를지 모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이 OECD 12위쯤 되는 경제규모를 가진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요몇년 머리를 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낙원구 행복동에 사는 난장이네 가족.
난장이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는 모두 노비였다.
그리고 난장이는 평생의 채권매매, 칼갈이, 유리닦이, 펌프설치, 수도고치기 등을 하며 얻은 집, 그러니까 오백년 동안 지은 집은 행복동의 무허가 주택이다.
그 무허가 주택은 개발에 밀려, 단돈 25만원에 사라진다.
난장이가 죽고, 그의 가족들은 은강시로 옮겨간다.
은강시는 기계도시다.
영수도 영호도 영희도 기계에 묶인 노동자다.
생존비도 안되는 저임금에 온갖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그 들은, 그저 남들처럼 살면 안되겠냐는 어머니의 말에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에게 권리를 이야기 하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영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 은강 회장의 숙부를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 난장이네 가족을 중심으로, 난장이의 위험에 칼을 들어 구해준 신애, 대학을 나온 엘리트로 노동운동을 하는 지섭, 지섭에게 과외를 받는 동안 영향을 받은 윤호, 영수의 재판을 철저히 자본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회장의 아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영수와 영수의 주변인들에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는 아들 등이 난장이와 난장이의 가족 이야기를 다시 풀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시제와 동화적 이야기 전개등의 혼란스러움과 단문의 이어감속에 소설내내의 우울함의 향기에 빠져든다. '희망' 이런 것은 마치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 '쌈싸먹어'하는 것과 같은 우울함에 말이다. 신애, 윤호, 지섭, 은강 숙부의 아들 정도에게 걸어보는 약간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다.
책이 출판된지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간동안 백만부의 책이 발간되었다.
백만부의 책이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이 지독한 우울함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민소득 2만불이 되었고, 그 혜택을 받는 이들도 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버젓이 서울 한복판에서 강제철거에 저항하다 사람이 화마속에서 희생되어, 일년이 훌쩍 넘어서야 장례가 치러지는 현실은 아직도 존재한다.
실업의 불안에 시달리며, 아직도 노동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은 900만에 이른다.
'난ㆍ쏘ㆍ공'은 아직도 현실이다.
용산참사 당시 조세희 선생은 이런말은 했다. '난ㆍ쏘ㆍ공'은 '주의푯말'이었다. 우리사회는 주의푯말의 어디쯤에 있는지 둘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를 들고 집회현장을 담으시는 조세희 선생의 모습이 아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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