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를 가끔 볼때면 느끼는 건, 소재의 다양성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조금 판타스틱ㆍ비현실적 이라는 것이다.
배두나씨가 출연해서 일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개봉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영화 '공기인형'도 역시 그랬다.
이영화는 성욕해소를 위한 인형를 소재로 '대중속에 있된 고립된 현대인'들에대한 이야기다.
식당에서 일하며 매일 주인에게 혼나면서 집에서는 공기인형과 대화하며 사랑(?)하는 히데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와 방과후에는 혼자서 인형과 함께 집을 지켜야하는 어린 딸,
TV뉴스속에 범죄보도를 가지고 파출소를 찾아가서 수다를 떠는 할머니,
홀로 살며 혼자 밥을 먹는 비디오가게 사장,
매일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는 폭식증 아가씨,
관음증 총각,
매일 집에서 미용에 힘쓰며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골드미스는
대중들속에 살고는 있으나,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만족을 느끼거나 느끼려하지 않고, 다른 대상을 통해 불만을 해소해나간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가져버린 노조미(배두나역)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고, 비디오가게 직원 준이치를 사랑하게 되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현대인의 단편을 그려낸다. 이건 헐리우드의 바이센테니얼 맨, 가위손에서 많이 보는 구조다. 인간이 아닌 하지만 더 인간적이 된 존재를 통해 현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노조미가 사랑했던 준이치는 사랑의 상실을 겪은 청년이다. 준이치는 자신의 입김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노조미를 통해 사랑의 상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노조미는 준이치와 같은 방식으로 준이치를 채워주려하지만 결국 채워주지 못한다.
왜 채워주지 못했을까. 노조미는 준이치에게 관계가 아닌 대상이었기에 준이치에게 필요한 입김을 노조미는 알 수 없었기때문일 것이다.
노조미가 준이치를 채워주지 못한 슬픔(?)에 스스로 쓰레기수거장에 버려져, 준이치가 채워준 바람으로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렸을 때, 그 입김이 닿는 곳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그대로다. 여전히 그들은 혼자다.
공원 벤치에서 만난 노인은 노조미에게 시를 알려준다.
"..생명은 빈 공간을 가지고 있고,그 공간은 다른 사람만이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빈공간을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있도록 내주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통해 만족을 얻지 않으려 만든 대상 '공기인형', 하지만 인간이 아니고서는 채워지지 않는 대상 '공기인형', 그런 인형이 어느 날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재와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고 이질적일 수는 있겠지만 '대중속에 고립된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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