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권비영 지음/다산책방 |
경술국치 100년 이라는 역사의 무게 때문인가,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라는 역사인물소설이 인기다. 나 또한 그 역사의 무게속에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을 다시 보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의 인기 소식을 듣고, 이 책을 함께 펴들었다.
아리랑의 일제강점기 핍박받았던 민초들의 항쟁사라면, 이책은 저버린 왕조의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나라를 잃은 이들의 고난이 계급과 계층을 달리 할리야 없겠으나, 일본의 귀족으로 대우받았던 대한제국의 황실 자손들의 고난을 어떻게 일제의 온갖 수난에 아무런 방비없이 노출되었던 민초들의 수난에 비할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덕혜옹주의 소설 속 독백이다. 일본땅으로 끌려가 귀족이라 불리우데, 조센징일 수 밖에 없었고, 철저하게 옛 왕조의 백성들에게 고립되어 '부유하는'존재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서는, '그래도 서로 어울려 고된 노동도 하며, 고된 독립투쟁도 하던 민초들보다 더욱 고된 현실일 수도 있었겠구'나 할 수도 있는 것일까?
복순과 덕혜옹주의 관계에 시선이 멈춘다.
덕혜옹주는 서울의 시장에서 일본순사에게 끌려가는 복순을 구하며 '내가 책임진다고 말을 했으니 되었다. 저들이 무슨 해코지를 한대도 상관없다.'라 말한다. 그래서 복순은 덕혜옹주의 나인으로서 일본까지 함께 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덕혜옹주의 일본 탈출과정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복순의 마음을 작가는 '그녀는 돌아가지 못해도 한스럽지 않았다. 다만, 옹주를 끝까지 모시지 못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었다.'라고 서술한다.
백성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한 황녀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전부바친 백성.
현실의 조선 독립과정에서 백성은 '왕정의 복고'를 선택하지 않았다.
조선의 왕족들의 환국은 광복이 되고 근 20년가까이 되서나 가능했다.
그들의 환국을 위한 범국민적인 움직임이 있었는가? 기억이 없다.
조선의 왕족들은 몰락한 왕조의 불행한 후손외에 광복을 맞은 옛 조선의 백성들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지금의 사회지도층 역시 생각해볼 일 아닌가 한다.
소설 속 덕혜옹주의 그림자로 살아가야 했던 박무영의 '....조국이 독립되었다고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들을 조국으로 데리리고 돌아가야하네. 낯선 땅에서 핍박 받으며 견뎠던 그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가야 해. 그들이 이 땅에서 흘렸던 피눈물까지 모두 거두어가야 하네. 그걸 이루어내지 못하면 독립도 아무런 의미가 없네....'이야기는 경술국치 100년, 광복65돌을 맞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현실에 접하게 된다. 만주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끌려가고 쫒겨갔던 수많은 이들은 과연 올곧게 광복을 맞이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아직도 이들 중 많은 이가 광복조국의 품안에 잊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부유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소설을 너무 정치적으로 읽은 것일까.
하지만 조선왕실에 비극에 극한해 나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는, 일제 강점기 민초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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