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복잡하지 않다 - 이갑용 지음/철수와영희 |
군대를 제대하고, 크지 않은 노동조합에서 1년정도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연유로 노동조합,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청년실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 역시,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인 노동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다.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과 함께 스스로의 몸을 불태운 이후에도 '성장'이라는 허울좋은 이름밑에 저임금과 고된 노동, 비인간적 처우에 시달려야 했다.
87년 민주화운동과 전국의 생산현장을 달군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후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들의 생활조건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95년 민주노총의 창립을 연세대학교 전야제에서부터 여의도광장까지 함께 하며 대학선배들에게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귀동냥하기도 했다.
그 후 15년, 2010년 노동운동은 어떤 자리에 서있을까.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 기간동안 많은 일도 있었다.
96년 말 민주노총 최초의 총파업(아니 대한민국 건국이후 최초의 총파업인가?)으로 노동자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 힘으로 진보정당이 창당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노조운동의 앞날은 힘차고 밝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하지만, 97년 말 찾아온 IMF환란은 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으며, 비정규직이란 괴물은 노동자의 삶을 삼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은 많은 경로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그 속에는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도 한다.) 10%가 조금 넘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노동조합, 노동운동의 문제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답을 찾고자 한다. 노동운동이 찾아낼 답은 아마 우리 사회의 답이 될 수 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현대중공업 역사적인 골리앗 투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쳐 울산동구청장을 거친 노동자 이갑용(아마 이리 불리우는 것이 저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노동운동의 활로를 찾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지 않을까 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로서 시작해 위원장 자리에 설때까지의 이야기를 풀며, 조합원 중심의 비타협적인 투쟁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며, 민주노총위원장의 자리를 이야기할때는 사업장의 경험의 연장선에서 협상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한 문제를 통해 민주노총의 계파(나는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계파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 어떤 이름이든간에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단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의 문제, 의식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가 초래한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대중을 떠난 계파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동구청장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정치인으로서 계급성에 기초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의 끝자락에서는 민주노조운동에 등돌린 과거의 동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동지를 지켜주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또 한권의 인문사회과학서적으로서 이책을 기대한 이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한 노동운동가의 자서전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이로써 이 책을 접한다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1번 선택이 무엇인지 접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너무나 신랄한 비판에 한편 불편하기도 했던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결국 소통과 변화와 연대는 이 신랄함 속에서 봄꽃을 품은 봄바람이 숨어 있음을 찾아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복잡한 건...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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