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同感1. 생활리뷰/영화 공연

높은 곳에 사는, 낮은 이들의 깃발..빨래

 내 평점은 ★★★★★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즐기지 않는 내가 같은 작품을 2번이나 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5월쯤에 후배와 함께 보고, 2009년 사무실 송년회를 겸해 또다시 접하게 된 뮤지컬 빨래.
5월 두산아트홀에 비해 훨씬 무대가 작은 학전그린소극장을 들어서자, 어 그때의 분위기들이 어떻게 연출될 수있을지 걱정(?)됐다.
효과적인 무대장치덕이랄까, 배우들의 표정하나하나까지 읽히는 공간의 특징에서 오는 이유일까.
좁은 골목에 붙어사는 힘없는 서민들의 삶이 전달되기엔 이번 소극장 공연이 더 인상깊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도시..서울.
그곳에서 사는 가진게 참 없는 다양한 이들의 삶을 엮은 뮤지컬 빨래.

강원도에 올라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아가씨 나영.
몽골에서 가족들의 꿈을 안고 먼 이국땅으로 와 일하는 불법체류 노동자인 슬롱고.
나영의 옆방에 사는 동대문의류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돌싱족 희정엄마와 애인 구씨.
나영의 집주인이면서, 아픈 가족사를 안고 있는 집주인 할머니.
그리고 그 주변인들이 모여사는 곳..좁은 골목

이 좁은 골목은,
힘없은 이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큰 도로의 세상에서 밟힌 가슴끼리 위로받는 세상이기도 하다.

"희망이라고도 찾아보기 힘들어, 쓰러지고 싶을 때 빨래를 하면 다 잊어버릴 수 있다는"
"옥상에 걸린 빨래가 살아있다는 증거"
라는 좁은 골목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빨래.
그 속에서 나는 깃발을 생각했다.

달동네..
엘리베이터가 아닌 두다리로 걸어올라가야 하는 높은 곳에 살며,
어떤 이들에겐 그냥 밟아버려도 되는 것처럼 생각되는 낮은 이들이 사는,
그 곳.

그 곳에 무지개 빛깔로 빛나는 함께해서 희망일 수 있는 깃발을 생각했다.
'허허, 세상이 그런거지..어쩔 수 없지'라는 달관이 아닌..
'우린 이렇게 살아있으니, 함부로 밟지 말라'는 깃발을..

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이 뮤지컬은 선동적이지도 염세적이지도 않다.
재미가 더 많고, 하지만 가끔은 욱하며선 배우들의 노래에 자연스레 손바닥 장단을 치며,
150분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