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 고향 제주를 나흘간 가게 됐다.
명절과 집안일이 있을때 일년에 두세번 찾게 되는 고향이다.
올해는 일때문에 이렇게 한번(또 있을지도 모르겠다)의 기회를 더 얻게 되었다.

그렇게 찾은 제주에서는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법률에 따르면, 유권자 10%이상의 소환청구와 소환투표에서 유권자1/3이상의 투표와 그중 50%이상의 찬성이 있을때 도지사는 해임되게 된다.
이미 제주에서는 5월 14일부터 소환청구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7월 29일까지 제주 유권자의 10%인 4만1649명을 넘는 7만7367명의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함으로써, 8월 26일 소환투표가 확정됐다.

제주 시민단체들이 소환운동을 하게 된 이유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주민들의 반대에 불구하고 졸속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비단 이문제뿐 아니라 도민들의 생활이 직결되는 여러 사안인, 내국인 카지노ㆍ한라산 케이블카 등의 무리한 토건사업ㆍ영리법원 설립(이 건은 도민 여론조사로 보류되었다 슬쩍 끼웠넣기해 다시 추진하고 있다.)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일방적 도정에 있는 듯 하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첫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 과정에서 '불통'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에 대해 백만 촛불로 국민들이 저항했던 것 같이, 불통 도지사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주민소환이라는 직접민주주의의 과정을 통해 소통되는 제주도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지인과 투표일 전날인 25일 저녁에 마지막 투표유세(투표전날인 25일 밤10시까지가 유세기간이었다)가 있는 제주시청앞을 찾게 되었다.
30여분간의 유세에 나선 연사들은 도민들에게 민주주의의 회복과 제주도민의 삶을 위해 투표해줄 것과, 현도지사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도지사와 지지자들이 진행하는 투표불참운동에 대해 비판했다.

▲ 8월 25일 제주시청앞에서 진행된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 마지막 유세장면

▲ 8월 25일 제주시청앞에서 진행된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 마지막 유세장면

다음날 벌어진 투표결과 11%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3달여 진행된 소환운동은 현도지사의 복귀로 마무리됐다.

제주도민은 현도지사를 지지한 것일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조건들이 투표율에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선거일, 투표과정의 부정, 선관위의 적극적인 투표독려활동의 부재 등등.
그런 조건들을 제외하고라도 낮은 투표율을 도민들은 현 도지사의 소환을 찬성한다라고 투표결과를 이해하기도 힘들 듯하다.
적어도 주민투표가 결정될 수 있었던 과정,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미루어 현도지사에 대해 상당수의 도민들이 문제라도 생각하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 현도지사는 아마 이 점에 대해 인정하고, 현재의 정책들과 도정운영방식에 대해 수정해야지 않는가 싶다.

제주도지사에대한 주민소환투표과정을 보면 몇가지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직자들의 자세이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그들은 의회의 의원들을 선거할 동안에만 자유로울 뿐이다. 의원들이 선출되는 즉시 그들은 곧바로 노예가 되어버린다."라고 했던 루소의 비판처럼 주민소환제도는 간접민주주의의 폐해를 견제하고 선출된 공직자들의 주민들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위한 제도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거취와 관련된 투표라 할지라도, 어떻게 '투표참여를 통한 소환 반대'의 뜻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불참'이라는 민주시민의 권리를 포기할 것을 선동할 수 있는지. 투표행위를 적극 홍보하고 원활히 진행되게 해야될 선관위가 부정이 신고되는 과정속에서도 보여준 미지근한 자세를 보일 수 있느지. 툭하면 민주시민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공직자들 자신의 민주시민의 자질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낮은 투표울을 통해 민주주의는 누구의 힘으로 완성되는지 진지하고 생각해봐야 겠다.
7만명이 넘는 청구서명에 불구하고 나타난 11%(4만여명)의 투표율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여론조사에서 40%이상이 투표를 약속했음에도 저조한 투표율은 무엇일까?  혹시 나 아니라도, 나 하나쯤, 남들이 할 텐데..이런 생각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이번 투표에서 처럼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차별과 투표자에 대한 공공연한 감시가 이야기 되었던 공간에서 더더욱 그런 현상은 도두라졌을 수 도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잠깐 눈돌린 사이 산소호홉기를 때버린 중환자와 같이 민감하리라. 민주주의는 내가 눈감으면 없다.

주민소환제는 무엇을 위한 제도여야 할까.
주민소환을 위한 여러 요건은 제도의 무분별한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소환의 사유나 청구인의 수, 투표율등의 제약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너무 제약이 많은 듯하다.
제주시를 다니다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선전물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소환투표에 찬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소환운동본부, 선관위 모두 함쳐)등은 그 사용이 매우 제약되어 있어 소환투표를 알리는데 많이 힘들다고 한다.
간접민주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라면, 결정된 소환선거정도라도 원할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 해줘야 하는 건 아닐런지.

3개월간의 제주도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발걸음은 투표라는 종착점에 서있다.
결과가 도민의 가슴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오랜시간을 두고 볼 일이지만, 종착점은 다시 시작점이지 싶다.

마지막 유세후 바로 이어진 '영리병원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는 그 시작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한다.
투표후 해군기지가 세워질 '강정마을' 주민들이 계속해서 건설반대 투쟁을 하겠다란 뜻을 세운것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끝이 없는 계속되는 과정일 것이다.

3개월간 제주도민이 겪었을 많은 수고위에, 그렇게 바랐던 민주주의의 꽃이 피길 바라며..

▲ 8월 25일 소환투표 마지막 유세가 끝나고 영리법원반대 촛불문화제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 8월 25일 소환투표 마지막 유세가 끝나고 영리법원반대 촛불문화제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 8월 25일 소환투표 마지막 유세가 끝나고 영리법원반대 촛불문화제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율동하는 학생들은 방학기간중 육지에서 내려온 대학생들이다.

Posted by MR.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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