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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索3. 세상엿보기

잊지 마십시오.

250일.
어느 연인의 만남이 아니다.
공권력에 둘러쌓여 뜨거운 불속에서 6명(철거민5명, 경찰1명)의 생명이 죽어간 용산참사.
그 참사가 있은지 250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철거민 희생자 5분은 장례식도 치루지 못한 채,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있다.
그동안 유족들과 많은 이들이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많은 활동을 진행했다.
촛불문화제, 삼보일배, 일인시위...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아니었다.
경찰의 방패에 의해 가로막히고, 연행되고 그렇게 250일 지나버렸다.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쩌면 용산참사는 바쁜일상속에 묻혀가는 건 아닐까.
우연히 접하게된 추모대회 소식에 토요일, 잠시 사무실일을 처리하고 늦게나마 서울역으로 갔다.
도착하자 유가족 중 한분의 호소문 낭독이 진행되고 있었다.
추석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의 공간으로 나오길, 시민들에게 잊지 마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호소했다.

나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유가족의 아픔을 한 쪽에 밀어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가 가슴이 찌릿해왔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란 생각이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참가자들의 소원을 담은 풍등이 희생자들의 영혼이 담긴 서울의 하늘위로 날아오른다.
250일째 거리에 걸린 희생자들의 영정이, 추석아침 가족들의 차례상으로 옮겨가길 바라며 하늘멀리 사라지는 풍등을 보고 있자니 '여러분의 집회신고는 6시 18분까지다. 집회시간이 지났으니 여러분은 불법집회 중이다. 해산바란다.'의 내용의 경찰측의 경고방송이 나온다.

▲ 서울역 광장으로 나오자,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집회의 내용과 요구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 서울역 광장에는 약2,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용산참사의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 용산참사 희생자 5분의 영정이 걸린 무대위에서는 발언과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 250일, 8개월째 상복을 벗지 못하는 유가족분들

▲ 집회장 한쪽에서는 조아세(joase.org) 회원으로 보이는 한시민이 언론악법과 관련 대시민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 참가자들의 염원을 담은 풍등이 희생자들의 영혼을 만나러 하늘높이 날아오른다.

공권력. 그들은 슬픔앞에 어찌 그리 매정한가.
일몰시간때문에 집회시고시간이 그리 됐으리라. 평화적으로 광장이란(상대적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덜한) 장소에서 진행된 추모집회가 20여분 지체된 것 조차 용납하지 못할만 큼, 용산참사 5분의 희생이 하찮은가.
공권력. 그들은 헌법앞에 어지 그리 부끄러운가.
야간집회 사전허가조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일치 판결. 스스로 공권력이란 이름을 쓰며 헌법을 부정하는가.

추모대회가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 떨어진 대책위 유인물 한장을 주워, 지하철 안에서 읽어본다.
그리고 내가 당장해야 할 일을 찾아냈다.
용산국민법정 기소인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검찰쪽에서 수사기록의 1/3에 해당하는 3,000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채 용산참사와 관련한 철거민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재판을 상식이라 판단할 수 있을런지.
대책위에서는 우리의 상식으로 재판을 해보자며, 용산국민법정을 10월 18일 준비하고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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