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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行2. 서울플러스/서울의 길

[북한산둘레길 8,9,10,11코스] 걷기 편안한 마실길, 내시묘역길

서울둘레길 완주에 도전한다는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내일(5.15)도 걷는냐는 선배님의 질문에 "걸으실려면 걷죠"하고 약속을 잡았다.

애초 서울둘레길7코스인 봉산-앵봉산 코스를 구파발역서부터 걷기로 했으나, 급 경로를 수정해서 북한산 둘레길 중 내시묘역길 방향으로 길을 잡기로 하고 구파발역을 출발했다.

 

구파발역에서 기자촌 방향으로 걸어,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중간으로 합류했다.

구름정원길을 조금 걷다 보니, 내시묘역길이 아닌데 불구하고 '내시부 상약 신공 묘역'을 만났다.

둘레길이름에 상관없이 진관동 일대가 환관과 상궁들의 묘역들이 광범위하게 분포하였음을 보여주는 유적이었다. 막상 내시묘역길에 가서는 단 한 개의 묘역도 만나지 못한채 과거 묘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일부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무슨 이유에선지 유적으로 전혀 관리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는 현실이었다.

 

 

구름정원길에서 '9구간 마실길'로 들어서고 얼마지 않아 은평한옥마을에서 습지공원을 만날 수 있었다.

200년쯤 된 4그루의 느티나무 자태와 잘 관리된 습지공원에 매료되어 한참을 카메라를 눌러대기 바빳다.  

휴일이라 그런가 가로변에 주차해논 차량들이 많아 온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컷다.

 

 

 

한옥마을의 끝자락쯤에 한옥마을 8경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을 보다, 북한산 진관사가 이전에 미처 몰랐던 참으로 내력많은 절임을 알게 되었다.

함께한 선배님과 한옥마을과 진관사, 내시묘역 일대 답사를 계획해봐야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9구간 마실길과 10구간 내시묘역길은 사유지가 많다보니 좀 정리되지 않아 보이는 부분도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숲이 양쪽으로 늘어선 평지로 남녀노소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늘 남쪽에서 바라보는데 익숙한 북한산의 또다른 방향의 전경도 즐거움을 주는 길이다. 

 

 

 

 

내시묘역길을 걷다 보니, 수국을 많이 보게된다.

냄새가 없는 꽃 수국, 그래서 벌레가 찾지 않는다. 향이 없어 찾는 이가 없으니 슬프다 하여야 할지, 향이 없이도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니 고귀하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시묘역길에서 잠시 벗어나, 의상봉으로 오르는 탐방로 살짝 접어드니, 과거 묘역인 듯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 내시묘역들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이정표도 없이 흔적만 남은 묘역, 관리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싶다.

 

 

묘역의 흔적이 있는 공터 한켠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경천군 송금물침비, 왕이 하사한 땅이니 소나무를 베지 말고, 함부로 침범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비석이 길가에 있다. 임진왜란 이전이라니 선조가 내린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안내판에는 그 언급이 없다.

기록이 없는 것일지, 안내판의 불친절함일지.

 

 

내시 묘역길을 걷다 만난 오늘의 글귀는 "여행자들이여, 길은 없다, 걷기가 길을 만든다."이다.

비단 걷기 여행만이 그럴까, 인생자체가 여행일텐데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사는 것만이 성공의 길로 알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비석을 조금 지나 걸으니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북한산둘레길 스탬프북(3,000원)을 구입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 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탐방지원센터에 보여주며 각 구간에 스탬프를 찍어준다. 21개 구간의 스탬프를 다 찍으면 완주인증서 도장을 받게 된다.

스탬프북을 사고 나니 자연스레 서울둘레길완주와 함께, 북한산둘레길 완주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열심히 걸어야 추워지기전에 마무리 할 수 있을 듯 싶다.

 

탐방지원센터 인근에 둘레교가 있는 계곡이 깊고,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가득해 걸음의 피곤함이 잠깐 씻기는 듯하다.

 

 

 

어느 덧 내시묘역길은 끝나고 효자길로 접어둔다.

효자길은 '박태성 정려비'에서 길의 이름이 유래 한듯 하다.

이 날 3시경부터 수도권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다는 일기예보는 쪽집게처럼 맞아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해 '박태성 정려비'를 보는 것으로 급히 걸음을 정리했다.

 

 

북한산의 습기 가득한 능선을 바라보며, 다음 걸음을 약속하고 704번 버스에 몸을 실고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오다.

 

 

오늘의 걷기